북버지니아 알디(Aldie)의 아콜라(Arcola) 초등학교에서 일학년 병아리들의 합창 발표회를 가졌다.
아마도 곧 있을 학기말 행사로 준비했나 보다.
주제는 ‘호주의 동물 모험’ (An Australian Animal Adventure).
며칠전 부터 은혜(Allie)가 동물 노래들을 흥겨웁게 집에서 부르며 다니더니 아마 그 준비였나 보다.
퇴근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구들과 발표회가 열리는 학교로 향했다.
은혜는 할아버지가 함께 간다고 표정이 날아갈 것 같다.
‘하삐, I’m so excited! So glad you are coming with us today.’
그러고 보니 내가 우리 꼬맹이들 발표회에 가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6:30에 시작하고, 발표회가 열리는 강당은 6시 정각에 여는데 학부모들과 가족들은 벌써 5:30 경 부터 줄을 이룬다.
요즘 한국의 아이돌 그룹 BTS 신드롬이 전 미국에 빅 히트를 쳐, 그 열기가 뜨겁다 못해 행사장에 들어 가기 위해 며칠전 부터 행사장 앞에서 잠 자면서까지 기다린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바깥 날씨가 따끈하고 햇살에 눈이 부시다.
사진을 미처 찍지는 못했지만 가족들의 복장과 표정이 다양하고 재미있다.
역시 미국답다.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그 여유로움으로 나도 즐겁다.
마침내 6시.
문이 열리고 강당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간다.
오늘 발표회에 참가할 일학년 병아리들은 따로 줄을 세워 정돈하는데 선생님들의 지시를 아주 잘 따른다.
모두 오늘 발표회로 아주 익사이팅한 표정들이다.
강당내 자리를 잡고 순서지를 보니 총 6곡이 실려 있다.
악어, 물총새, 펭귄, 캥거루 그리고 코알라에 관한 노래들이다. (펭귄도 호주에 나올까? ㅎ)
아마도 연주는 아마 한 30분 정도 될 듯하다.
드디어 6:30이 되자 커튼이 쳐진 무대 앞으로 발표할 아이들이 줄줄이 들어와 자리를 채운다.
앞쪽이 다 채워지자 갑자기 커튼이 휙 올라가더니 그 뒤쪽으로 가득 아이들이 나타난다.
이때 모두 와! 하는 탄성으로 웃음소리들이 가득.
멋진 연출이었다. ㅎ
그리고는 갑자기 무대위와 아래 가족들간에 서로 알아보고는 손을 흔들고 환성을 지르고 사진들을 찍느라 소란하다.
아주 사회를 보는 교사가 충분히 시간을 허락해 준다.
우리 은혜도 우리를 찾느라 두리번 거리다가 내가 흔드는 손을 발견하고는 입이 함지박해져 손을 흔든다.
이쁜 녀석들.
그리고는 이어지는 발표회.
꼬맹이들은 짧지 않은 가사들을 모두 외워 악보도 없이 지휘하는 선생님의 인도에 따라 한곡씩 흥겹게 노래들을 불러 내려 간다.
내가 아는 노래는 ‘Tie me kangaroo down’ 하나뿐이다. 예전 중학교 시절에 나도 배웠던 노래 같다. ㅎ
듣기에 좋은 곡으로는 물총새를 노래한 ‘kookabura’ 였다.
며칠전 부터 집에서 알렉사(Alexa)에게 노래를 시키면서 우리집 세 꼬맹이들이 신나게 춤추던 바로 그 곡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 아이들은 모두 한국보다는 미국인으로 자라고 있다. 벌써 나하고는 익숙해지는 문화가 다름을 크게 느끼고 있다.
노래는 순식간에 모두 끝이나고 환성과 박수가 길게 꼬리를 문다. 오늘 참관하러 온 가족들은 나이 싱관없이 오늘의 흥을 즐긴 듯 하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교사들은 직접 아이들이 부모, 가족들에게 안전히 찾아가도록 서두르지 않고 안내한다.
파킹랏은 이미 빠져 나가는 차들로 줄이 길지만 아무도 찡그린 표정이 없다. 아이들의 날아갈 듯 즐거운 표정들이 각각 차마다의 창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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