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은 늘 설렌다.
어디론가 나가지 않으면 삶이 손해를 보는 느낌이랄까?
메릴랜드의 바닷가, 애나폴리스(Annapolis)를 생각하다가 문득 오늘은 자연속에서 걷고 싶어 졌다. 몇 곳을 생각중에 딸이 문득 자기가 며칠전 다녀온 하퍼스 페리를 추천한다. 단풍이 너무 예쁜 그곳은 가을이면 늘 절정이었는데 봄의 풍경이 잘 머리에 안그려졌다. 그래, 오늘은 거기를 한번 다녀오자. 맵을 찍어보니 집에서 45마일 정도에 한시간도 채 안되는 거리다. 오후에 일찍 돌아와 읽던 책을 마무리 할 수 있겠다.
하퍼스 페리(Harpers Ferry)는 메릴랜드, 버지니아 그리고 웨스트 버지니아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곳이지만 주소는 웨스트 버지니아로 되어 있다. 그리고 포토맥 강과 세난도어 강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Harpers Ferry National Historical Park
171 Shoreline Drive
Harpers Ferry, WV 25425
아내랑 간식으로 할 바나나 몇개랑 샌드위치 그리고 물 2병을 배낭에 담아 길을 나선다. 공사구간을 피해 US-50/US-15/VA-7을 타고 가다 State Rte-671을 맵이 찍어 주는 대로 달리다 보니 한적한 버지니아 라우든 카운티(Loudoun County)의 시골길이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길끝에서 왼편에 있는 Harpers Ferry National Historical Park 입구로 들어오면 너른 파킹랏이 있고 거기에 차를 세우고 나면 몇분 간격으로 하퍼스 페리 타운으로 셔틀 버스가 데려다 준다. 비교적 이른 아침인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아니면 연인끼리 길을 나선 모습이 너무 정겹다.
전에 한국에 살때 듣기론 미국은 개인주의가 너무 심해 모두 홀로 사는걸 좋아한다고 듣곤 했는데 실제 살면서 보는 모습은 너무 판이하게 다르다. 또 한국이 어른을 잘 공경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미국이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고는 한다.
셔틀에서 내리면 눈앞에 힘찬 강물 줄기가 도도히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 교각들과 커누를 타는 시람들과 강변을 따라 이동하는 가족의 모습들이 마냥 정겹다. 지난 밤에 토네이도 경고와 함께 비가 많이 내렸는데 밤사이 물이 해변으로 많이 올라 왔던게 보인다. 해가 뜨면서 수위가 한결 내려간 것 같다. 어쨋든 눈이 시원하고 맘이 풀리는 듯.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작은 타운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늘 출발할 때 보고자 마음먹은 곳은 Jefferson Rock!
타운 안내서에서 물으니 타운내에 바로 언덕위에 있단다. 제법 이름이 있는 곳이라는데 이상하게도 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동네 입구의 바로 왼편 가는 길의 시작부근에 아주 가파른 돌계단들이 연이어 위치해 있다. Rock까지 0.5 마일도 안되는 거리임에도 가파름으로 인해 숨이 목까지 찬다. 애고...
Jefferson Rock은 파크내에서 애팔래치안 트레일(Applachian Trail)로 연결되는 부분에 있는데 토마스 제퍼슨이 이 바위에 올라 아래로 세난도어 강줄기를 굽어보며 썼다는 Notes on the State of Virginia로 인해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애플래치안 트레일을 몇십분 걷다 길을 돌아섰다. 계속 따라가가 보면 아마도 메인주까지 갈게다. ㅎ
오늘 이곳은 꽃가루로 인해 앨러지가 더 심해지는 듯 계속 콧물을 훌쩍거리고 또 재채기가 나온다. 나만 그런게 아닌지 도처에 비슷한 모습들이 보인다.
내려 오는 중턱에 건물 폐허를 본다. 한국같으면 다 밀어버리고 다른걸 세운텐데 이곳은 그앞에 안내판까지 세워놓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읽어 보니 160년전에 성공회 교회가 있던 곳인데 남북 전쟁때 구호소나 요새로 쓰였단다.
다시 길의 방향을 바꿔 다리를 건너 강물 건너편으로 걷기로 한다.
철로 옆으로 만들어진 다리를 따라 건너가려니 갑자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하이킹하려는 사람들이나 구경 나온 인파들로 인한 사람 구경도 만만찮다.
오늘 이곳에서 그럭저럭 만보 정도는 걸었나 보다. 제법 땀을 흘렸다. 길가에 수제 맥주를 파는 Almost Heaven Cafe가 하나 있다. 얼마나 시원할까. Pork sandwitch와 음료수를 하나 주문해 점심으로 해치우고 나니 세상 부러운게 없는 듯.
이곳 하퍼스 페리의 올드 타운은 오늘 시간이 가면서 더 많은 인파가 몰려 오고 있다. 우린 오후 두시경 걷기를 멈추고 다시 셔틀을 탄다. 적당히 좋은 운동을 한 날이 되었다. 노곤한 몸을 차에 싣고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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